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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시

by 淸穆 Cheongmok Land 2022.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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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시

 

박목월 시인의 3월의 시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 박목월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결에는
싱그러운 미나리 냄새가 풍긴다.
해외로 나간 친구의
체온이 느껴진다.
참으로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골목길에는
손만 대면 모든 사업이
다 이루어질 것만 같다.
동·서·남·북으로
틔어 있는 골목마다
수국색(水菊色) 공기가 술렁거리고
뜻하지 않게 반가운 친구를
다음 골목에서
만날 것만 같다.
나도 모르게 약간
걸음걸이가 빨라지는 어제 오늘.
어디서나
분홍빛 발을 아장거리며
내 앞을 걸어가는
비둘기를 만나게 된다.
무슨 일을 하고 싶다.
엄청나고도 착한 일을 하고 싶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 속에는
끊임없이 종소리가 울려오고
나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난다.
희고도 큼직한 날개가 양 겨드랑이에 한 개씩 돋아난다. 

 

 

정호승 시인의 3월의 시

 

봄길          정호승 / 시인 ​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 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나는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

 

 

 

나태주 시인 3월의 시


3월   나태주 시 

어차피 어차피
3월은 오고야 마는구나​

2월을 이기고 
추위와 가난한 마음을 이기고
넓은 마음이 돌아오는 구나​

돌아와 우리 앞에 
풀잎과 꽃잎의 비단 방석을 까는구나

새들은 우리더러
무슨 소리든 내보라 내보라고
조르는구나

시냇물 소리도 우리더라
지껄이라 그러는구나

아, 젊은 아이들은
다시 한번 새 옷을 갈아입고
새 가방을 들고
새 배지를 달고
우리 앞을 물결쳐 스치겠지

​그러나 3월에도
외로운 사람은 여전히 외롭고
쓸쓸한 사람은 쓸쓸하겠지

 



​이해인 3월의 시


3월에 이해인 시​

​단발머리 소녀가
웃으며 건네 준
한장의 꽃봉투

새봄의 봉투를 열면
그애의 눈빛처럼
가슴으로 쏟아져오는

소망의 씨앗들
가을에 만날
한송이 꽃과의 약속을 위해​

따뜻한 두 손으로
흙을 만지는 3월
나는 누군가를 흔드는

새벽바람이고 싶다
시들지않는 언어를 
그의 가슴에 꽂는
연두색 바람이고 싶다
3월  시. 목필균​

햇살 한 짐 지어다가
고향 밭에 콩이라도 심어볼까

죽어도 팔지 말라는 아버지 목소리
아직 마르지 않았는데​

매지구름 한조각 끌어다가
고운 체로 쳐서 비 내림할까

황토밭 뿌리 번진 냉이꽃
저 혼자 피다질텐데

늘어지는 한나절
고향에 머물다 돌아가는
어느 날 연둣빛 꿈

 



최영희 시인 3월의 시


3월에는  최영희 시​​

어디고 떠나야겠다
제주에 유채꽃향기
늘어진 마음 흔들어 놓으면
얕은 산자락 노란 산수유
봄을 재촉이고
들녘은 이랑마다
초록 눈,
갯가에 버들개지 살아 오르는
삼월에는 어디고 나서야 겠다
봄볕 성화에 견딜 수 없다.




오세영 시인 3월의 시



3월  /  오세영

흐르는 계곡 물에
귀기울이면
3월은
겨울옷을 빨래하는 여인네의
방망이질 소리로 오는 것 같다.

만발한 진달래 꽃숲에
귀기울이면
3월은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함성으로 오는 것 같다.

새순을 움 틔우는 대지에
귀기울이면
3월은
아가의 젖 빠는 소리로
오는 것 같다.

아아, 눈부신 태양을 향해
연녹색 잎들이 손짓하는 달, 3월은
그날, 아우내 장터에서 외치던
만세 소리로 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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