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시
박목월 시인의 3월의 시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 / 박목월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결에는
싱그러운 미나리 냄새가 풍긴다.
해외로 나간 친구의
체온이 느껴진다.
참으로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골목길에는
손만 대면 모든 사업이
다 이루어질 것만 같다.
동·서·남·북으로
틔어 있는 골목마다
수국색(水菊色) 공기가 술렁거리고
뜻하지 않게 반가운 친구를
다음 골목에서
만날 것만 같다.
나도 모르게 약간
걸음걸이가 빨라지는 어제 오늘.
어디서나
분홍빛 발을 아장거리며
내 앞을 걸어가는
비둘기를 만나게 된다.
무슨 일을 하고 싶다.
엄청나고도 착한 일을 하고 싶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 속에는
끊임없이 종소리가 울려오고
나의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난다.
희고도 큼직한 날개가 양 겨드랑이에 한 개씩 돋아난다.
정호승 시인의 3월의 시
봄길 정호승 / 시인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 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나는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 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이 있다.
나태주 시인 3월의 시
3월 나태주 시
어차피 어차피
3월은 오고야 마는구나
2월을 이기고
추위와 가난한 마음을 이기고
넓은 마음이 돌아오는 구나
돌아와 우리 앞에
풀잎과 꽃잎의 비단 방석을 까는구나
새들은 우리더러
무슨 소리든 내보라 내보라고
조르는구나
시냇물 소리도 우리더라
지껄이라 그러는구나
아, 젊은 아이들은
다시 한번 새 옷을 갈아입고
새 가방을 들고
새 배지를 달고
우리 앞을 물결쳐 스치겠지
그러나 3월에도
외로운 사람은 여전히 외롭고
쓸쓸한 사람은 쓸쓸하겠지
이해인 3월의 시
3월에 이해인 시
단발머리 소녀가
웃으며 건네 준
한장의 꽃봉투
새봄의 봉투를 열면
그애의 눈빛처럼
가슴으로 쏟아져오는
소망의 씨앗들
가을에 만날
한송이 꽃과의 약속을 위해
따뜻한 두 손으로
흙을 만지는 3월
나는 누군가를 흔드는
새벽바람이고 싶다
시들지않는 언어를
그의 가슴에 꽂는
연두색 바람이고 싶다
3월 시. 목필균
햇살 한 짐 지어다가
고향 밭에 콩이라도 심어볼까
죽어도 팔지 말라는 아버지 목소리
아직 마르지 않았는데
매지구름 한조각 끌어다가
고운 체로 쳐서 비 내림할까
황토밭 뿌리 번진 냉이꽃
저 혼자 피다질텐데
늘어지는 한나절
고향에 머물다 돌아가는
어느 날 연둣빛 꿈
최영희 시인 3월의 시
3월에는 최영희 시
어디고 떠나야겠다
제주에 유채꽃향기
늘어진 마음 흔들어 놓으면
얕은 산자락 노란 산수유
봄을 재촉이고
들녘은 이랑마다
초록 눈,
갯가에 버들개지 살아 오르는
삼월에는 어디고 나서야 겠다
봄볕 성화에 견딜 수 없다.
오세영 시인 3월의 시
3월 / 오세영
흐르는 계곡 물에
귀기울이면
3월은
겨울옷을 빨래하는 여인네의
방망이질 소리로 오는 것 같다.
만발한 진달래 꽃숲에
귀기울이면
3월은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의
함성으로 오는 것 같다.
새순을 움 틔우는 대지에
귀기울이면
3월은
아가의 젖 빠는 소리로
오는 것 같다.
아아, 눈부신 태양을 향해
연녹색 잎들이 손짓하는 달, 3월은
그날, 아우내 장터에서 외치던
만세 소리로 오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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